에코백을 만들기로 했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장 보러 갈 때, 카페에 노트북 하나 들고 나갈 때, 손에 툭 걸치고 나갈 수 있는 가방 하나가 갖고 싶었다. 지퍼도 없고 안주머니도 없는, 딱 그 정도. 초보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끝낼 수 있는 물건 중에 이만한 게 또 없기도 하다.
크기부터 정했다
머릿속에 있는 걸 숫자로 바꾸는 게 먼저였다. 가로 82, 세로 29.5, 바닥 옆단 10cm. 손잡이는 110cm짜리로 잡았다. 종이에 이 숫자를 적고 나니 그제야 만들 물건의 윤곽이 잡혔다.
그다음은 패턴. 부직포 위에 완성선을 긋고, 그 바깥으로 시접선을 한 번 더 그렸다. 네 귀퉁이에는 5cm씩 화살표를 그려 두었다.

이 5cm 표시가 바닥 옆단이 되는 자리다. 모서리를 네모로 잘라 내고 나중에 맞물려 박으면 가방 바닥에 폭이 생긴다. 평평한 자루가 아니라 물건이 서서 들어가는 가방이 되는 건 이 작은 사각형 덕분이다.
천 고르기
겉감은 카키 캔버스로 정했다. 두툼하고 뻣뻣해서 손잡이를 걸었을 때 가방이 축 처지지 않는다. 색도 뭘 입고 나가든 어울리는 쪽이라 마음이 편했다.
안감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갔다. 회색 바탕에 흰 북극곰이 엎드려 있고, 파랑과 살구색 삼각형이 흩뿌려진 면 원단.

겉은 무심하게, 열면 귀엽게. 가방을 벌릴 때마다 북극곰이 나온다고 생각하니 혼자 좀 웃겼다. 안감은 어차피 나만 보는 자리니까 이런 데서 취향을 부려도 된다.
그리고, 자르기
패턴을 캔버스 위에 얹고 문진으로 눌렀다.

문진이 없으면 이 작업이 지옥이 된다. 캔버스가 워낙 두꺼워서 손으로 누르는 정도로는 자꾸 밀린다. 초크로 선을 따라 그리고, 패턴을 걷어 내고, 다시 문진으로 눌러 고정한 다음 가위질을 시작했다.

아래쪽 모서리가 이렇게 네모로 파여 있다. 처음 보면 실수한 것처럼 보이는데, 계획대로 잘라 낸 자리다.
마지막은 손잡이. 긴 띠 두 장을 같은 폭으로 잘라 내는 게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폭이 몇 mm만 어긋나도 나중에 양쪽 손잡이 길이가 달라진다.

잘라 놓고 나란히 두어 보니 오른쪽이 아주 살짝 넓다. 접어 박으면 티는 안 날 정도지만, 눈에 들어오긴 한다.
두 시간
여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바느질은 아직 한 땀도 안 했는데.
처음엔 이게 왜 이렇게 오래 걸리나 싶어 조금 답답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알겠더라. 재단에서 대충 넘어간 1cm는 나중에 미싱 앞에서 훨씬 큰 대가로 돌아온다. 뜯고, 다시 박고, 또 뜯고. 자를 대고 다시 재는 데 쓴 십 분이 실밥 뜯는 삼십 분을 막아 준다.
책상 위에 조각들을 늘어놓고 사진을 찍었다. 아직은 그냥 천 쪼가리인데, 이 배치가 가방이 될 걸 알고 보니 꽤 그럴듯해 보였다.
다음은 손잡이를 접어 박고 본체를 이어 붙이는 차례다. 두꺼운 캔버스를 미싱이 잘 먹어 줄지가 관건인데, 그건 해 봐야 알 것 같다.
